40 그저 잠의 표면에 살짝살짝 얹혔을 뿐, 깊은 잠에 빠지지는 못했다. 67 김은 밤길을 걷고 있었다. 길가의 가게들이 다 문을 닫은 걸로 보아 밤이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길이 환했다. 대체 무슨 밤이 이리 환한 걸까. 세상이 뒤집히려고 그러나. 빈 거리에 저벅저벅 울리는 자기의 발짝 소리가 무서웠다. 어디선가, 난데없이 칼 든 사람이 나타날 것만 같았다. 걸음을 내디디면서도 그는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헛된 꿈이라는 자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취한 듯 몽롱한 기분으로, 뭐에 씐 듯 걷고 있었다. 걷고 또 걷고 조금 쉬다 또 걷고, 어디론가 가야 했는데, 그 어디가 어디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걸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걸었다. 발바닥에 불이 붙은 것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