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경험과 삶

콜롬비아를 선택한 이유

lunadelanoche 2020. 9. 7. 13:54

내가 콜롬비아를 선택한 이유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때문이었다. 콜롬비아에 갈 것이라고 말하면 "위험하지 않아?" 가 첫 번째 질문이었다. 마약상이 있는 곳 아니냐고. 내 주변에서 자세히 모르는 곳에 가고 싶었던 것 같다. 한국 사람들뿐만이 아니고 미국 사람들에게도 콜롬비아는 마약과 범죄가 들끓는 할리우드 영화 속 모습이었다. 그런 고정관념을 접하면 접할수록 난 그 고정관념을 내 경험으로 깨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었다.

사실 그렇게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가끔 커피로 유명한 것도 알고 콜롬비아 여자들이 미인대회에서 우승하지 않는가도 어렴풋이 알고 축구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콜롬비아 출신 선수들을 알기도 한다. 모두 다 맞는 얘기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축구에 열광하고 커피 재배지로써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스타벅스가 유일하게 성공 못하는 곳이 콜롬비아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나는 메데진이라는 도시에서 1년, 보고타에서 6개월을 살았다. 살아본 경험상으로는 불미스러운 일이 나에겐 단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 물건을 훔쳐간 적도 없고 길을 잃은 적도 없다. 마약은 커녕 담배를 피는 사람들도 적다. 마약 소비는 외국인이 다수일 것 같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스페인어를 배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란 점이다. 스페인어는 나라마다 쓰는 단어나 억양이 완전히 다를 때가 많아서 어디 한군데에서 배운다고 해서 다른 나라 스페인어를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아닌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콜롬비아 스페인어가 꽤나 중립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이건 정말 개인취향이지만, 스페인, 칠레보다 속도가 느리고 발음이 더 정확하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스페인어를 처음 배운 곳은 Medellín 이란 도시에 있는 대학교 어학원이었다. 가기 전엔 여기저기 지도에 '메데인' 이라고 쓰여 있어서 메데인인줄만 알았는데 도시에 도착한 첫날 알게된 사실이 여기 사는 모든 사람들이 '메데진' 이라고 발음한다는 것이었다. 스페인어 알파벳 ll 발음이 한국과 미국에서 배울 땐 ㅇ이었는데, 콜롬비아에서는 ㅈ소리가 강하게 난다. 어쨌든 메데진의 날씨는 끝내준다. 일년 내내 봄 날씨라고 할 수 있고 추운 날은 가끔 비 오는 날이라 도시 별명도 La ciudad de primavera eterna 영원한 봄의 도시다. 매년 8월 꽃 축제로 유명하다. 메데진만의 문화가 있고 역사가 있어서 사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따뜻한 공기가 사람들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반면 수도인 보고타는 날씨가 예측불가하다. 흐리고 을씨년스러울 때가 빈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