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정: (약학) 불쾌한 맛이나 냄새를 피하고 약물의 변질을 막기 위하여 표면에 당분을 입힌 정제.
연인과 헤어져 있는 시간을 못 견뎌 하는 것은, 실상은 그리움 때문이 아니라 의혹과 불신 때문이다. '보고 싶다'로 표현된 감정의 진짜 정체는 '믿을 수 없다'이다. 왜 보고 싶은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 곁에 없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그, 또는 그녀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그, 또는 그녀가 나에게 소속되어 있다는 믿음이 희석되어 가니까, 내 곁으로 부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고 싶다'는 표면에 부드럽게 당의정이 처리된 소환 명령인 것이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이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