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24

외로움과 공허함

성시경 유튜브 부를텐데에 나온 최유리 님의 곡을 들었다. 신곡 에 대해 얘기하면서 평상시 외로움을 잘 느끼는지를 서로에게 물어보더라.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다, 고 말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나는 지독히도 외로워했다. 공허하다. 시시때때로 공허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공허하고 밥을 먹으면 공허하고 해야 하는 일정을 끝마치면 공허하고 해야 할 일이 없으면 공허하고 누구를 만나면 공허하고 만나지 않아도 공허하고 사랑을 해도 공허하고 사랑을 하지 않아도 공허하다. 시인 정호승은 공허함 대신에 외로움을 대입했다. 어떻게 하든 사람은 외롭다. 는 산문집에서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라고 왜 외로운지 묻지 말고 외로움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허함도 마찬가지일까. 외로움과 공허함은 같이 가는 것일까. 중요한 ..

2023년 6월 코스타리카 학생비자 받기 2 (대사관 방문)

2023.06.22 - [분류 전체보기] - 2023년 6월 코스타리카 학생비자 받기 1 (서류 준비까지) 비자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준비하고 나면 대사관에 다시 이메일을 보내 인터뷰 일정을 잡는다. 코스타리카 대사관은 명동역 5번출구에서 나와 조금만 직진하면 바로 오른쪽에 있는 이 건물 9층에 있다. 아침 일찍 가는 길에 이삭토스트에서 줄을 길게 서 있는 관광객들을 보니 신기하고 코로나가 끝나긴 했구나, 실감이 났다. 9층으로 올라가기 전, 2층에 있는 하나은행에서 비자발급 수수료를 내고 확인증을 꼭 받아서 준비한 서류와 함께 대사관에 제출한다. (비자발급 수수료: 미화 30달러 - 한화로 냈는데, 환율에 따라 매번 바뀐다) 엘베에서 내려 오른쪽에 보면 이렇게 대사관 유리문이 보인다. 벨을 누르고..

2023년 6월 코스타리카 학생비자 받기 1 (서류 준비까지)

정확히 말하자면 코스타리카 현지에서 거주민 비자를 받기 위한 임시 허가증을 받는 것이다. 어쨌든 대사관에서도 '학생비자'라는 명칭을 쓰고 대학교나 어학원에서 필요로 하는 비자긴 하니 학생비자로 명칭 하겠다. 코스타리카 입국을 할 때 관광객일 경우엔 돌아가는 항공편을 보여줘야 하지만 학생비자가 있으면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관광객으로 입국했다가 현지에서 학생비자로 전환할 경우엔 200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임시비자를 받더라도 코스타리카에 가면 거주증을 따로 신청해서 받아야 한다. (학교에서 이 거주증 신청을 위해 필요하다고 한 서류는 출생신고서 - 한국에서는 기본증명서와 범죄-수사 경력 회보서이다. (번역 공증 아포스티유는 학교에서 알아서 한다고 한국어로 된 ..

영어학원 선생님으로서 9개월

처음 내가 구한 자리는 보조교사였다. 원장님이 운영하는 학원에 선생님이 둘인 동네 영어학원인데 그 선생님 둘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애들이 해야할게 많은데 그중에서 나는 문제집과 문법문제 푼 것 채점, 단어시험 등을 봐줬다. 3년이면 해리포터 원서를 줄줄 읽을 수 있다고 장담하는 곳이었다. 어린이 원서가 많아서 나도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영어학원에 다니는 것 자체가 지긋지긋해서 죽도록 싫은걸 잠시 접었다. 조금 남는 시간에 책을 읽을라 치면 그사이에 원장님 눈에 띄면 그렇게 나를 불러서 일을 시킨다. 그지...시급알반데 그냥 시간 죽치고 있으면 눈꼴시렵겠지. 원장님이 임신을 한 상태였는데 거의 출산일이 다가오고 산후조리를 하면서 학원에는 나, 선생님 두 분만 거의 있었다. 그사이 선생님 한 분..

마음이 답답한 이유

답답하고 갑갑하다. 터널 속, 아니 터널은 출구가 있으니 동굴 속에 있는 것만 같다. 어디선가 햇볕이 한 줌 들어오기는 하는거 같은데, 바람도 약간 부는 것 같기도 한데 그 방향이 어딘지는 모르겠고 밖은 깜깜한 밤인 것 같다. 밖이 보이기라도 하면 환한 달이나 반짝반짝한 보석같은 별이라도 올려다 볼 수 있을텐데, 그럴만한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대로 대학을 갔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선 취업 대신 어학연수를 갔다. 망설임이 없었다. 나중에 회사를 다니게 되면 이렇게 고민없이 해외로 훌쩍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짐을 쌌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하고 싶었던 여행도 실컷 하고 해외에서 취업도 했다. 역시나 취업 후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다시 한국에 들어온 ..

대상관계이론 1

뭘 하고 싶은데? 나는 외국에 나가고 싶어 외국 좋지. 코로나만 끝나면 어디든 가자. ('가'가 아니고 가자? 나 혼자 갈건데) 스페인어 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 포르투갈도 한번 다시 가보고 싶긴 해. 근데 언어를 모르면 너무 피상적으로밖에 알지 못 한다는게 아쉽지. 그래서 엄마가 파리갔을 때 몽셸미셸 하루짜리 투어 했었잖아. 뒤에 앉아있던 남자애들이 야 이거 괜찮다면서 얼마나 좋아했었다구. 그때 그 가이드 참 야무지게 잘했어. (나도 외국 나가서 저렇게 가이드 하면서 살고 싶다) 근데 지금은 뭐 코로나땜에 올스톱이지. 너 지금 조급해지는거야? 우리 조급해지지 말자. 조급해지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는 과정이야. 생각해보면 엄마는 너 고등학교 1학년부터 입시 준비해야된다고 해서 너무..

에어비엔비와 남해여행 그리고 코로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때문에 숨이 막혀 있는 엄마를 위해 집에 하나뿐인 자동차를 아빠에게 부탁해 내 운전자 보험을 들어달라고 하고 대한민국을 신나게 달렸다. 이번 여행은 되도록이면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는 것이었고, 남해 바다를 끼고 도는 것이었다. 에어비엔비를 통해 숙소를 알아보니 멀끔해 보이는 집들이 꽤 많았다. 엄마와 나는 깔끔하고 깨끗하지 않은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기에 숙소를 선택할 땐 청결하다고 말하는 후기가 많은지를 먼저 봤다. 에어비엔비를 처음 접하게 된 건 해외에서였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외국인 친구가 한달동안 살 집을 구할 때 부동산에 복비를 내기가 싫어서 에어비엔비를 통해 방을 구한 이후로 서울 시내 곳곳에 머물다가 작년 겨울 속초로 가족 여행을 갈..

뭘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제 내일모레면 해가 바뀐다. 한국에서는 나이를 한 살 먹는다는 개념이 크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선 해가 바뀌는 것을 나이와 연관 짓진 않는다. '한국 나이'라는 것이 한국에서만 그렇게 따지는 것이라는 것을 한국을 벗어나서야 알았다. 한국을 벗어나서야 뭔가가 내 안에서 꿈틀거렸고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은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고, 그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면서 많은 것을 선택했다. 가장 먼저 선택한 일은 알바를 구하는 것이었다. 학교는 휴학을 하고 알바로 시간을 채웠다.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누구나 휴학할 만한 나이, 누구나 휴학할 만한 시기, 나는 아직 돈 버는 일과는 상관없는 어린 나이, 그렇지만 어린애 취급받고 싶진 않고 성인 여성으로 대접받고 싶어 하는 욕망..

초등교사 부모님

우리 엄마, 아빠는 초등학교 교사다. 아빠가 무려 교장 타이틀을 받은지 벌써 1년이 흘렀다. 우리 집 안 엄마, 아빠 사이의 대화는 학교로 시작해서 학교로 끝난다. 어렸을 때 차 안에서도 그랬던 것 같고 밥 먹을 때도 그랬다. 둘은 사실 내가 보는 앞에선 학교 얘기 말고는 조용했다. 엄마는 재잘재잘대는 내 얘기에 그랬구나 저랬구나 해주고 아빠는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한다. 밥을 먹을 땐 누군가 대화주제를 꺼내지 않으면 조용히 밥만 먹는다. 근데 또 다들 후다닥 급식 먹는 습관이 30년 이상 들어 밥은 십오분 내로 먹는 것 같다. 보통 학교에서 있었던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스트레스 받았던 이야기, 싸가지없게 행동한 선생님 이야기들로 밥상 대화가 꽃핀다. 그 사이 나의 정신은 과롭다. 차라리 말이 없는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