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혹은 입에서 튀어나오지 못하고 맴맴 도는 어떠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 내 마음에 와닿은 문장을 보면 혹시라도 그게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말일 수도 있으니까. 책을 읽지 않으면 가슴만 두근거릴뿐 잡고 싶었던 경험의 실타래나 생각의 끝이 손에 쥔 모래가 빠져나가듯이 그렇게 전부 가슴 사이 사이로 빠져나가 나이가 들어 남는 게 없을 것 같다. 왜 뭔가 남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공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뭔가가 채워지면 공허함이 사라진다고 기대하는 건가? 그렇다. 단어로, 문장으로 허공을 채우는 느낌이다. 그게 진짜 채우는 걸까, 채워지는 것처럼 느껴질 뿐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