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해버렸다 말을 해버렸다 널 사랑하는게 아니라고 그럼 내가 이용수단이냐고 그 이상의 뭔가는 있다고 했다 마음을 정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코를 너무 많이 골아 1시에 집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똥이 나왔다 에라 모르겠다 거울을 보고 막 리듬을 만든다 꿀렁꿀렁 옆구리살이 춤을 춘다 꿀렁꿀렁 드르렁거리는 이의 살 냄새가 공기 중에 퍼져서 그 향기에 취해 집에 갈 마음을 접었다 글쓰기/시 2020.12.08
시선 짜증나 날 쳐다보는 시선 눈치보는 시선 신경쓰는 시선 아프면서 어떻게 되는거같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고 말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말들 공중에 흩어지는 말들 권위를 잃는 것이 두려워보이는 그 모습 정말 짜증난다 짜증나서 확 충동적인 일을 하고 싶다. 자해? 아파서 싫고 자위는 그냥 그래 두근두근한게 아예 없고 무미건조함으로 방안이 습도가 높은 그런 말이 안되는 그런 느낌 글쓰기/시 2020.12.07
모기 벅벅 근지러워서 등에 손을 갖다 대니 눈 앞으로 나 잡아봐라 한다 형광등에 기대어 눈엔 쌍심지를 켰다 어 저기 저기! 짝 아니 여기! 짝 짝 눈 앞으로 나 잡아봐라 한다 글쓰기/시 2020.11.20
기억과 꿈 기억과 꿈은 내 머릿속에서 생겨나는 무언가고 잠깐 왔다가 사라지기 일쑤다. 어떤 시간, 장소, 인물,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 경계는 아주 흐릿하다. 선명하다가도 흐릿하다. 마치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창가에 서리는 김처럼 점 두 개 웃는 미소 하나 그려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웃음은 더 멀어져간다. 잡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좋다. 몽실몽실 구름사다리 만들어 넘어갈테니 글쓰기/시 2020.11.12
방 불을 끄고 나서 누우면 책을 덮고 방 불을 끄고 나서 누우면 물방울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비 오는 리스본 거리에서 덜컹덜컹 둔탁하게 돌길과 부딪히는 캐리어를 끌고 호스텔을 찾는 물방울 하나. 글쓰기/시 2020.11.02
개껌 강아지가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물고 있던 개껌을 내 앞에 갖다 놓으면 나는 냉큼 전자렌지 뒤로 던져 버리는 쳑 하면서 뒤로 숨긴다 강아지는 순식간에 뛰어 나갔다가 사실은 날아가지 않았다는 걸 알아버리고는 나를 쳐다본다 뚫어지게 글쓰기/시 2020.09.06
오금이 저린다 움찔움찔 오금이 저린다 도대체 내 몸을 이해할 수가 없어 엄마가 하는 말인데 나도 그런 것 같을 때 두렵다 나도 엄마처럼 될까봐 엄마처럼 되는 게 왜 두렵냐고 물어보면 너무 잘 알아서 그런 건 아닌데 모르는 게 더 많을텐데 오금이 너무 저리는 이 느낌을 너무 너무 불편해서 엄마가 비행기에서 당장이라도 뛰어내리고 싶어했던 그 느낌을 이겨내기 위해 아니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이 느낌이 없었을 땐 그렇게나 편했는데 이렇게 겪고 있을 때야 비로소 그때가 진짜 편했던거라고 느끼는 내가 이해가 안된다 이해하려고 하면 안되는걸까? 사리분별되지 않는 어린 아이가 제발 나 좀 가만히 두라고 나 좀 그냥 두라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어린 아이를 때리는 그 심보는 어린 아이를 괴롭히는 그 못된 심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글쓰기/시 2020.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