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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의 세계+] 전염병 시대의 공존
조해진 ㅣ 소설가 얼마 전 전태일문학관에서 기획한 ‘시다의 꿈’이라는 전시회에 참여했다. 알다시피 ‘시다’는 견습공을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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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명의 과거 시다 '언니'들이 현재 저마다의 노동 현장에서 다른 노동자와 공존을 고민하면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령, 소규모의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되었음에도 갑의 위치에 있기보다 고용된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하는 한편, 공장이 문을 닫을 때를 대비해서 수익이 마이너스일 때도 그들의 퇴직금은 조금씩 떼어놓는 과거의 시다 K처럼. 이런 삶의 방식은 그들이 나눠 가진 공감의 경험 덕분일 것이다. 그들은 야학에 다니면서 세상의 불합리함에 눈떴고 그들을 믿어준 사람들과 함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애썼다.
- 빌딩 청소를 하는 노동자에게 화장실 비품 칸에서 밥을 먹게 하고 임대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별도의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쓰게 하는 행위, 몰카를 찍어 상대 여성에게 고통을 주고 집 근처에 특수학교나 청년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막는 행위는 모두 이 공감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 공감을 겪어보게 해주는 매체 중 하나가 소설일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으로 살아보는 것, 어쩌면 그것은 국경 밖으로의 여행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이 하나의 국가라면, 그들의 삶의 경계는 국경이 될 테니 말이다. 평생 국경 밖을 상상하지 않는 국가는 안전하고 자족적일지언정 더 넓고 더 아름다운 풍경은 품지 못한다. 그 풍경 안쪽에 엷게 깔린 불안과 그 불안을 딛고 불현듯 차오르는 생의 의지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경계 밖을 모르는 삶은 허망하기만 하다.
위 기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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