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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지옥에 떨어지는 이들은 누구? (김태권의 지옥여행/한겨레)

lunadelanoche 2020. 9. 9. 13:12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920577.html

 

[ESC] 불지옥에 떨어지는 이들은 누구?

김태권의 지옥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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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뒷세우스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자기의 마지막 모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향에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뒷세우스는 세상의 끝을 향해 새로운 모험을 떠나자고 사람들을 설득했단다. "(세상의 끝을) 경험하고 싶은 욕망을 거부하지 마라. 그대들의 타고난 천성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짐승처럼 살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덕성과 지식을 따르기 위함이었으니." <신곡> '지옥 편'제26곡에 나오는 감동적인 구절이다. 결국 일행은 바다에 빠지는 바람에 저승에 오게 되었지만 말이다. 
 과연 오뒷세우스다. 멋이 철철 넘친다. 이 연설에는 절절한 사연이 있다. 이탈리아의 지식인 프리모 레비가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갇혀있을 때의 일이다. 수용소에서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학대를 당하던 중 단테의 이 구절이 떠올랐다고 한다. 동료들과 이 구절을 곱새기며 인간의 긍지를 잃지 않고 버텨냈다고 한다. "고전 따위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할 때면 도쿄경제대 교수이자 양심적 지식인인 서경식 선생이 자주 언급하는 일화다. (위 기사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