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글쓰기·창작·번역 ‘글터’ : '마꼰도를 찾아서' 스페인어 번역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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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현대소설의 이해와 번역
번역은 ‘문화 번역’이자 ‘문화의 중재자’
원작의 문학성 제대로 포착해 도착어로 옮기기
흔히 특정 언어로 씌어진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것을 번역이라고 할 때, 번역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문학 작품도 여러 가지 장르가 있고, 그밖에도 논문, 기사, 계약서, 법률, 제품 설명서, 영상물 등 종류가 많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 가운데 으뜸은 문학 작품, 특히 출간을 목적으로 한 소설의 번역입니다. 소위 ‘문사철(文史哲)’이라고 부르는 인문학의 으뜸 자리도 문학이 차지하는데, 소설에는 문학의 모든 장르가 지닌 특성이 다 들어 있습니다. 소설에 형상화된, 역사와 문화, 사회문화적·자연적 환경, 인간의 다양한 삶, 희노애락을 포함한 감정, 언어로 표현된 사물의 존재방식을 인식함으로써 번역자의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준다는 점 또한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특성 때문에 문학 작품의 번역은 모든 번역 가운데 소위 ‘기계번역’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제일 낮고 생명력도 길며, 번역자의 능력에 따라 원작에 대한 평가도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강좌에서는 스페인어 권 국가들, 특히 중남미에서 생산된 대표적인 문학작품을 읽고(이해하고) 번역하는 연습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문학 번역에서 원작을 읽어내는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은 필수적입니다. 이와 더불어 해당 언어권의 사회문화, 삶의 터전이 되는 환경, 인간의 존재 방식 등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원작의 문학성을 제대로 포착해 도착어로 옮길 수 있는 능력 또한 필요합니다.
원작에 내포된 의미, 작가의 문체적 특성, 사상, 문학적 관점 등도 정확히 포착해야 제대로 된 번역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작품의 어휘, 암시적 의미, 비유, 통사적 변형, 언어적 유희, 어조 등 작품의 주요 구성 요소 또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번역가의 삶, 문학적 감수성, 언어 능력, 번역 기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방식으로 얘기하자면, 문학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넓은 의미의 ‘문화’를 옮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화번역(cultural translation)’ 이론에 따르면, 문학작품의 번역자는 모두 문화의 번역자고, 문화의 중재자입니다. 번역을 통해 한 문화를 질적·양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학작품의 외국어 번역은 곧 문화를 번역하는 것이라는 말이 보편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확한 방법론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문화는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등 인간이 가진 능력 또는 습관을 가리키는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문화가 각 언어권 또는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지난한 학습·친화·동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타 문화에 대한 낯섦, 어색함, 불편함, 다시 말해 ‘문화적 충격’을 극복해 그 문화를 온전하게 수용하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화와 번역의 문제를 논할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타문화를 처음으로 대할 때 누구나 느끼게 되는 ‘충격’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가 판단하는 것입니다. 충격이 큰 것의 경우 그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완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둘째, 한 문화가 초기의 낯설음을 극복하고 동화되는 과정에 관해 성찰해야 할 것 입니다. 초기에 친절하게도, ‘공감대’ 형성, ‘가독성’과 ‘이해도’ 제고 같은 문제에 지나치게 민감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나중에 어느 문화가 타 문화권에 동화되었을 때, 초기의 ‘친절함’이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 문화가 타 문화와 접촉할 때, 낯섦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원문의 낯섦, 혹은 익숙하지 않은 생각을 전하는 것도 가독성을 갖춘 지식의 전달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한 문화의 ‘이국적이고 독특한’ 면모가 그 문화를 수용하는 문화권에 매력으로 작용하고, 이를 통해 타 지역 문화를 학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낯섦을 유발하는 요소까지도 소중하게 다뤄지고, 옮겨져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든, 논의의 초점은 ‘각 문화권 간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문제’와 ‘원작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시 말해, 문화의 고유한 특성을 가급적 제대로 유지하면서 옮기는 문제’ 사이의 간극을 최대로 줄이는 것에 있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원문의 미묘한 의미를 놓치지 않고, 우리말로 잘 읽히는 문장을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번역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점은 원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1차) 이를 ‘정교한’ 한국어로 옮기는 것(2차)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원서가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한 깊은 호기심과 애정, 원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탐색하는 열정과 진지함, 원서의 메시지를 가장 정확하게 담는 한국어를 찾아내고 문장을 조탁하는 부지런함과 끈기가 필수적입니다. 본 강좌에서는 이러한 과정의 일부를 체험하게 될 것인 바, 강좌의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자면, ‘중남미 현대소설의 이해와 번역’이 될 것입니다.
조구호 선생님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번역 기사
> https://m.pressian.com/m/pages/articles/69181?no=69181
* 수강 추천 대상
- 스페인어 권 국가들의 매력에 빠져 더 진지하게 탐색하고 싶은 분
- 스페인어 권 국가들의 문화와 예술을 통해 자신의 삶을 혁명하고 싶은 분
- 스페인어 권 국가들에서 생산된 문학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분
- 스페인어 권 국가들에서 생산된 문학 작품을 한국에 번역·소개하고 싶은 분
- 스페인어 원문 독해력과 한국어 작문 실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분으로, 인문학적 감성, 호기심, 열정, 인내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