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트라우마로 남은 감정의 원인을 밝혀내는 문제는 그 감정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의 문제만큼은 중요하지 않다.
37 붓다는 자신의 트라우마가 어디서 왔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붓다는 공감이나 적절한 반응 같은 것을 이끌어내서 자신에게 필요한 내면 환경을 스스로 창조했다. 붓다의 성공은 우리 모두에게 훌륭한 모범이다. 우리가 직면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한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불편한 감정을 이용하여 우리 마음이 바로 넓은 바다가 되어야 한다.
47 배고프고 무엇이 필요하고 불편한 것을 해소하길 바랄 때, 아기가 격렬하고 무자비하게 자신의 욕구를 부모에게 표현한다는 것을 부모는 잘 안다. 부모는 본능적으로 이런 원초적인 감정에 반응하여, 아기가 이런 상황을 잘 견딜 수 있게, 아주 힘들게라도 견디게 도와준다. 이런 과정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불쾌함을 부모가 잘 다루지 못하면, 아기나 어린이들은 당혹해하고 스스로 이런 감정을 잘 처리하지 못해 종종 자기혐오에 빠진다.
49 트라우마를 받은 장소와 트라우마를 준 사람을 밝혀내기만 하면 치료가 이루어질 거라는 환상이다. 내 환자와 치료사인 나는 상처를 준 잘못이 적어도 환자 자신 탓이 아니라면, 자신을 좌절하게 한 부모에게 상처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경향이었다. 부모와 아이 관계의 전문가들은 "누구라도 정서적 트라우마를 받을 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인간 존재의 기본 요소다." 라고 지적하지만, 이런 종류의 고통을 다룰 때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은 유혹을 견디기 힘들다. 그리고 부모와의 조화로운 관계 결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궁극적으로 치료 효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절망은 더 커진다. 그렇다고 환자가 원초적인 기억을 회상하고, 치료사가 치료적이고 통찰에 가득 찬 해석을 부여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는 희망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54 스파이 의식이 마음의 한구석에서 작동하여, 순수한 알아차림을 때때로 유발하고, 마음과 몸의 극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느끼게 한다.
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역설은 순수한 알아차림이 아무것도 전혀 변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마음을 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꾸준하게 지속해서 아이와 아주 조화롭게 반응하는 부모처럼, 꾸준히 명상 수행을 하면 우리 마음에 있는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적절하고 선한 방식으로 그냥 그대로 지켜보며 내버려두면 마음의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달라이 라마는 불교 사상의 중요한 가르침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생각을 바꾸어야 하지만, 당신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으라." 달라이 라마는 바로 순수한 알아차림의 특성을 지적한 것이다. 달라이 라마가 우리의 변화를 요구하는 부분은 우리가 다소 편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나 다른 것을 비난하는 태도다. 마음의 트라우마는 무엇인가 비난할 범인 같은 대상을 찾도록 우리를 충동질한다. 우리는 종종 문제를 제거할 목적으로 우리 자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공격한다. 스스로 세상에 대적하여 자아를 분열하게 만드는 태도는 단지 고통을 영속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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