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 유튜브 부를텐데에 나온 최유리 님의 곡을 들었다. 신곡 <외로움이라는 건>에 대해 얘기하면서 평상시 외로움을 잘 느끼는지를 서로에게 물어보더라.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다, 고 말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나는 지독히도 외로워했다.
공허하다. 시시때때로 공허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공허하고 밥을 먹으면 공허하고 해야 하는 일정을 끝마치면 공허하고 해야 할 일이 없으면 공허하고 누구를 만나면 공허하고 만나지 않아도 공허하고 사랑을 해도 공허하고 사랑을 하지 않아도 공허하다. 시인 정호승은 공허함 대신에 외로움을 대입했다. 어떻게 하든 사람은 외롭다.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는 산문집에서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라고 왜 외로운지 묻지 말고 외로움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허함도 마찬가지일까. 외로움과 공허함은 같이 가는 것일까.
중요한 건 내가 이 감점들을 몸서리치게도 참을 수 없어한다는 점이다.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 여기저기 가방 하나 매고 걷던 것도 지쳐버렸다. 도서관에 가던 것도 내키지 않는다. 그냥 되는대로 산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외로움과 공허함의 독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내가 나올 생각은 못하고 누군가 나를 건져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어떻게 이제 뭘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라지고 싶다. 꿈속에선 이미 저 멀리 가버렸다. 무슨 꿈을 꿨는지 얘기해 주는 그에게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는 외롭고 공허해.’라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는 깡소주를 들이붓더니 기어코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왜 돌아왔냐고, 잘 살지도 못할 거면서 왜 이제 와서 나를
찾아왔냐고 소리 질렀다. 가슴속에 고이 감추어두었던 거울에 금이 갔다. 찌릿찌릿 손 끝과 발 끝이 저려왔다. “나도 모르겠어. 나도 이런 결과를 바라지 않았어. 너의 눈물을 닦아주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걸까? 나와 함께 하기에 너는 이미 많이 지쳐버린 걸까?”
“넌 결혼할만한 상대가 아니야. 내 여자친구는 부모님에게 일찌감치 독립해서 안정적으로 직장도 다녀. 강아지도 키워. 너완 달라. 너를 친구 이상으로 느끼고 너와 손잡고 다니는 게 좋고 너와 키스도 하고 싶지만 너와 결혼하고 싶진 않아. 그냥 내가 부를 때만 달려 나와줘. “
가슴속 거울에 금이 한 번 더 갔다. 쩌저적 하고. 왜 이러고 살고 있지? 내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니야. 내가 원했던 건 뭐지? 사랑받고 사랑 주는 것, 온기를 나누는 것,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내가 너의 옆에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 다시 한번 일어서보라고 손을 잡아주는 것, 그러기에 그는, 내가 이제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는 나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깊어 이미 한번 철철 흐른 피를 겨우 막아놨는데 또 한 번 터질까 무섭고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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