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경험과 삶

우울증, 조울증, 불면증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기까지 1

lunadelanoche 2020. 8. 21. 23:36

사람마다 보이는 증상이 너무 다르다고 한다.
나는 처음에 잠이 안 왔다. 잠을 자려고 하면 오히려 잠이 더 깨고 있었다. 눈은 너무 피곤하고 무거운데 '잠들자'고 마음 편하게 먹어도 소용없었다. 밤 새서 과제를 해도, 30시간이 걸려 남미를 갔어도, 어딘가 누우면 바로 잠을 잤다. 차에서도 머리만 대면 잤고. 근데 불면증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온 것이다. 이런 건 처음 겪어봤다. '잠이 왜 안 오지?' 하는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이 하루, 이틀 지나고 낮에 잠깐 깜빡 잠이 들어도 눈을 뜨면 잔 것 같지 않았다.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고, 평소엔 들리지도 않던 시계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뇌에 온오프 스위치가 있는데 On인 상태로 꺼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강제로 Off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이런 상태로 지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길 한 가운데서 서럽게 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엄마는 내가 공황인 줄 알고 가까운 정신과를 데려가서 의사를 만나게 했다. 뭐가 힘드냐고 물어보는 의사의 질문에 구구절절 얘기하다가 펑펑 울었고 500 몇문항의 심리 검사지를 해오라고 했다. 일주일 뒤 다시 만난 의사는 검사 상으로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지만 잠을 못 잔다고 해서 항우울제를 처방해 줬다. 근데 가족들이 약 먹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해서 약 받아온 그날 한 번 먹고 말았는데 당연히 불면증이 고쳐질리가 없었다.

엄마가 한의원을 데리고 갔다. 뭐가 힘드냐는 한의사의 말에 또 구구절절 말하다가 눈물이 터져 나왔고 한의사는 정수리 쪽과 몸 곳곳 혈을 짚어주면서 자기를 따라해 보라고 했다. 한 손을 들고 정수리를 톡톡톡 두들기면서 "잠 못 자도 괜찮아. 잠 못 자도 죽지 않아." 라고 말하라고 했다. 그러고서 잠 자는데 도움이 된다는 한약을 3일치였나 처방을 해줬다. 잠은 오지 않았다.

따뜻한 목욕에 따뜻한 우유도 마셔서 노곤해지는 순간까지 왔지만 의식이 꺼지질 않았다. 유튜브에 잠이 오는 명상법 등을 검색해서 따라하기도 했었지만 소용 없었다. 소음이 문제인가 해서 정말 아무 소리도 안나는 다른 방에 암막커튼을 치고 누웠지만 두려워졌다. 꺼지지 않는 이 의식때문에 뇌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왔다.

그제서야 나는 제대로 정신과를 찾아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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