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경험과 삶

조증 전조증상 의심

lunadelanoche 2020. 9. 8. 00:39

조울증 진단을 받은 이후로 조증이 심해지기 전 전조증상을 내가 느낄 수만 있다면 그것이 치료의 일환으로 나아졌다는 증거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년 전 9월에 조울증 진단을 받았으니 매년 9월에 조증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해볼 수 있다. 어쨌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예민하게 나를 관찰하는 일이다. (예민하다는 이 단어가 너 왜 이렇게 예민하니? 와 같이 부정적으로 쓰일 때가 많은데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관찰하는 데에는 예민함이 필요하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1. 9월 7일 월요일 밤 12시가 다 되어가고 취침약을 먹은지는 대략 한 시간이 넘어가는데 눈이 말똥말똥 오히려 머릿속은 생각으로 꽉 차고 또렷해짐.
- 내가 살이 쪄서 맞는 옷이 많이 없는 게 기분나쁘고 운동을 해야한다는 강박과 헬스와 요가를 정기적으로 하는 무언가를 등록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다가 왜 굳이 돈을 내서 해야 하나 나 혼자서는 왜 꾸준히 못하는지에 대한 생각 반복.
- 비우고 싶다. 방 안 가구 위치를 나에게 맞게 바꾸고 필요없는 것들을 분류해서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다. 내가 갖고 있는 전공책들을 학교에 가져다 주면 도움이 될까? 미국 현지에서 이고지고 갖고 온 원문 책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모아 두었던 신화 CD는?
- 가족들과 아울렛몰로 함께 쇼핑을 가서는 내가 입지도 못할 운동복 상의를 산 것이 후회되면서도 입고싶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2012년 보스톤에서 스포츠브라만 입고 조깅하던 로망을 떠올림. 뺄 수 있지 않을까? 아니야 이렇게 먹는 게 좋은데 어떻게 빼. 아니 뉴발은 허리 사이즈를 뭐가 이렇게 쫄리게 만드는거야.
- 건강하게 다이어트 하고 싶다. 영양 균형 다 챙기면서 운동하면서 꾸준히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즐기고 싶다. 방법을 찾고 싶다. 뛰는 건 무릎이 아프고 일단 동네에 차가 많아. 손에 뭔가를 들고 뛰어야 하는데 그게 귀찮다. 그러고는 상상을 해. 한강 옆을 뛰어서 대교를 건너 상도터널을 지나 집까지 뛰는 나를.

2. 소변이 자꾸 마렵다. 이건 미리 하는 걱정과 불안, 염려하는 마음과 더 연관된 듯. 소화가 잘 안되는 것도 한몫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느낌으로. 웨딩피치가 변신하기 직전 걸리는 그 과정에 처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변신은 안하고 계속 반짝이기만 하는 거다.

3. 미래에 대한 걱정
- 대학원 가야하나? 미국 대학원? 토플? 아이엘츠? 쥐알이? 언제 마지막으로 봤지? 무슨 전공? 끝나고 어디서 일해? 학교 안에서 시간강사로 시작해? 학생들 교사 교육 이런거 다 싫잖아. 하고싶은 이유는 단 하나. 학생으로 누릴 수 있는 게 참 많아. 좋은 변명거리도 되지. 문화공연도 할인받아서 즐길 수 있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직접 시카고를 정중앙에서 볼 수 있었지.
- 스페인어는 증명하려면 델레 있어야 하잖아. 어쩔거야? 좀 재밌게 공부하는 법 없나? 언어에 무조건적으로 자주 노출이 돼야하는 건 맞는데 내가 진짜 재밌어서 계속 해가지고 자꾸만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실력이 늘 수 있는 방법을 찾고싶단 말이지. 수진씨는 잘 살고 있을까? 멕시코에 갔을까? 미국에서 스페인어 전공을 하면 어떨까? 아 그러니까 해서 뭐하냐고. 전공이 중요한데 지금. 한국에서 가르칠거 아니니까 문제야.
- 책 출판을 하고 싶어. 아싸라비아 콜롬비아처럼. 여행작가협회에서 인증받는 과정이 있었잖아. 근데 그거 비쌌어. 돈 내고 인증받는건데 그럼 책이 나올까? 내용이 중요하지. 책에 블로그 주소를 넣으면 누군가가 검색해서 뭔가 연결을 위해 어쨌든 책을 매개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아니, 이미 지난 일이야. 여행기가 생생하려면 신선해야해. 신선식품처럼. 갓 한 밥이 가장 맛있는 것처럼.

4. 잡다구리 / 과거 기억의 파편들
- parque lleras 클럽에서 맥주를 마시지만 사라지지 않는 어색함. 내가 카메라를 들고 카메라맨같이 계속 찍어대야만 나는 거기에 있을 수 있게 되고 무안하지 않게 된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 때. 그런 순간까지도 여행기 내용으로 포함이 되는건가. 글을 쓰기 위해 살게 되는건가 그럼.
- 돈을 많이 모아 그걸 투자해서 집을 짓고 있는 저스틴을 생각하면 외국인을 위한 숙소로 짓겠다는데 얼마나 벌면 그 투지금을 다 엎고 이윤이 나게 될까? 돈을 누가 내는지에 따라서 많은 것이 바뀐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돈을 낼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야 하지 않나.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백원 이백원 모을 것이냐, 일인가구 많이 사는 자취방 근처에서 편의점을 할 것이냐, 회사 근처에서 점심 장사를 할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