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경험과 삶

에어비엔비와 남해여행 그리고 코로나

lunadelanoche 2021. 1. 20. 14:41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때문에 숨이 막혀 있는 엄마를 위해 집에 하나뿐인 자동차를 아빠에게 부탁해 내 운전자 보험을 들어달라고 하고 대한민국을 신나게 달렸다. 이번 여행은 되도록이면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는 것이었고, 남해 바다를 끼고 도는 것이었다. 에어비엔비를 통해 숙소를 알아보니 멀끔해 보이는 집들이 꽤 많았다. 엄마와 나는 깔끔하고 깨끗하지 않은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기에 숙소를 선택할 땐 청결하다고 말하는 후기가 많은지를 먼저 봤다. 

에어비엔비를 처음 접하게 된 건 해외에서였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외국인 친구가 한달동안 살 집을 구할 때 부동산에 복비를 내기가 싫어서 에어비엔비를 통해 방을 구한 이후로 서울 시내 곳곳에 머물다가 작년 겨울 속초로 가족 여행을 갈 때 에어비엔비를 이용했다. 지은지 꽤 오래되어 보이는 구식 아파트 집 중 하나였는데, 내부 인테리어는 매우 훌륭했지만, 단지 담벼락에는 외부인에게 임대는 불법이라는 요지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번 여행 숙소를 전부 다 에어비엔비로 잡으면서 생각한 건, 에어비엔비에서 호스팅을 하는 방법이 매우 쉽다는 것이고, 이렇게 후기가 많은 슈퍼호스트들은 합법으로 인정이 되는건지, 불법이라면 왜 단속을 안 하는지, 담당 공무원이 그것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기 때문인건지, 불법이어도 가벼운 죄이기에 신경쓰지 않는건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물어볼만한 사람은 없었고 단지 네이버 블로그에 에어비엔비 운영과 관련하여 법이나 공유숙박 이슈에 대해 강의를 하시는 분이 쓴 짤막한 글들을 읽었는데, 에어비엔비는 불법으로 운영할 수도 있고 합법으로 운영할 수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냥 하고 있고 불법으로 하면 제재도 없고 지켜야 할 수칙도 없는데 수익도 크다고 한다. 불법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강의하는 사람은 아니라면서 아무리 법이 있어도 같은 건물에서 누구는 걸리지도 않고 몇 년 동안 잘만 먹고 살고 누구는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걸려서 벌금 내는 시대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약 600km 이상 달린 것 같다. 고속도로를 탈 때만 딸 진짜 괜찮겠어? 라고 물어보는 엄마의 질문에 매번 괜찮다고 말했다. 그때 그 순간엔 진짜 괜찮았다. 끌려다니는 여행이 아닌 내가 앞장서서 인도하는 여행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완전히 뻗었고 그 다음날부터 손목이 욱신욱신했다. 이 느낌은 메이플스토리를 같은 자세로 2시간 이상 했을 때 생기는 증상인데, 운전도 같은 자세로 장시간 앉아서 팔만 움직이는 동작이었나보다. 게임이랑 운전이 같을 줄 몰랐는데, 사실 운전하면서 도로에 차가 너무 없어 카트라이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 적이 몇 번 있었던 게 사실이긴 한데, 아무튼간에 내 손목이 약해진 채로 뼛속이 긴장했다는 느낌은 꼬박 열흘 동안 유지되다가 서서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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