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책

연어 / 안도현

lunadelanoche 2020. 8. 23. 10:15
  • P9 나는 연어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줄의 글도 수가 없었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지식이란 참으로 허망한 것이다.
  • 인간은 물고기를 옆에서 보려고 하지 않고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연어를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 그것은 연어를 위해서 불행한 일이다. 연어를 위해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눈은 틀림없이 물수리나 불곰의 눈을 닮아 있을 것이다.
  • P11 그러니까 연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연어를 옆에서 아는 눈을 갖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알기 쉽게 말한다면, 마음의 눈을 갖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아는 . 상상력은 우리를 세상 끝까지 가보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입맞춤이 뜨겁고 달콤한 것은, 이전의, 사람의 입술과 입술이 맞닿기 직전까지의 상상력 때문인 것처럼.
  • P30 연어가 고래의 욕망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면 그는 이미 연어가 아닌 것이다. 고래가 연어의 욕망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면 그는 이미 고래가 아닌 것처럼. 연어는 연어로 살아야 연어인 것이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지식'
머리로만 아는 지식을 증오한다. 증오라는 단어, 정말 강력하다. 끔찍히 싫어하는 것 이상이다. 내가 지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 배웠다고 생각한 모든 것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미적분은 미적분에서 멈춰서 사라졌고, 거리는 속력×시간이라는 것도, 2×2는 4라는 것도 다 거기서 멈춰 있다. 처음엔 맛깔나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서 뚝뚝 끊겨버려 멀리서 보면 밥풀같이 보이지만 사실 먹어보면 말캉한 당면같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입맞춤이 뜨겁고 달콤한 것은, 그 이전의, 두 사람의 입술과 입술이 맞닿기 직전까지의 상상력 때문인 것처럼'
소풍가기 전날 밤의 흥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마음처럼 그 사람만 생각해도 몸이 달아오를 때가 있는데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그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해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부분을 상상할 때, 그리고 두 번째는 너무 잘 알게 되어 눈을 감으면 마치 앞에 있는 것처럼 아른 아른할 때. 아른거리는 한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그 사람이 내가 그런 것처럼 나를 그렇게 생각해준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겠고, 이것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간질 간질한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내 마음은 건강하다는 걸 잘 알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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