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메리앤은 자신의 진짜 삶이 어딘가 아주 먼 곳에서 그녀를 빼놓고 이뤄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곳이 어디인지 찾아내서 그 일부가 될 수 있을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학교에 있을 때면 그런 기분을 종종 느끼곤 했지만, 그 진짜 삶이라는 것이 어떤 장면이나 감각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동반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그런 기분이 들기 시작하면, 그 삶이 어떤 것일지 더 이상 상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뿐이었다.
66 그 말은 진실이었을까? 그것을 판단하기에 그는 확신이 부족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그렇게 말했으니 분명히 진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왜 거짓말을 하겠는가? 하지만 순간, 자신이 가끔 무계획적으로 혹은 까닭도 모른 채,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74 그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높은 낭떠러지에서 뛰어 내려 추락사한 기분이었고, 자신이 죽어서 기쁘며, 결코 다시 살아나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249 삶은 자기 머릿속에 담고 다니는 거니까.
264 느닷없이 울음이 터지거나 공황 발작이 일어났지만, 그런 상황은 그의 내부 어딘가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외부에서 불시에 그를 덮치는 것 같았다. 내적으로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마치 겉은 너무 빨리 해동되어서 줄줄 녹고 있는 반면, 속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는 냉동식품 같았다. 왜 그런지 몰라도, 그는 평생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더 무뎌져 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289 시간은 탄력적이어서, 소리와 동작에 따라 길게 늘어나는 것 같다.
314 하지만 적어도 세이디는 자신만의 내밀한 상상 속 삶이 있는 작가다. 반면 메리앤의 삶은 순전히 실재하는 개인들이 살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만 펼쳐진다. 그녀는 코넬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알기 쉬운 존재들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에게는 그녀에게 없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이 포함되지 않은 내면의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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