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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천명관

65 그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해안엔 희미한 달빛 아래 파도가 부서지고 있었다. 그녀는 모래밭에 쭈그리고 앉아 해수면 위에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하얗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다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바다 한복판에 집채만한 물고기가 솟아오른 것이었다. 부두에 처음 도착한 날 목격했던 바로 그 대왕고래였다. 몸길이만도 이십여 장에 가까운 고래는 등에 붙어 있는 숨구멍으로 힘차게 물을 뿜어냈다. 그녀의 배 한복판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올랐다. 그것은 죽음을 이겨낸 거대한 생명체가 주는 원초적 감동이었다. 88 그 안에선 사내들이 칼을 들고 어마어마하게 큰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그 물고기는 언젠가 그녀가 바닷가에서 보았던 바로 그 대왕고래였다. 사내들이 작두만한 칼로 거침없이 고래의 배를 썩썩..

후기/책 2021.12.22

운우지정

25 물론 크다고 흠이 되는 것이 아니요, 언 년인지 몰라도 틀림없이 입이 찢어지게 신나는 일이 될 것인즉 그것도 의당 축복이라면 축복일 터이지만 하필이면 그 귀한 물건이 쌔고 쌘 사내들 중에 운우지정은커녕 아직 음양지조화도 모르는 반편이에게 돌아간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조물주의 짖궂은 장난이라고밖에 어찌 달리 설명할 수 있겠는가. (고래, 천명관) 雲雨之樂 운우지락 글. 엄광용 _ 소설가(http://blog.naver.com/novelky) 여름이 되면 구름과 비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하늘을 보면 구름의 변화무쌍한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지고, 운층과 운층이 부딪쳐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내리는 모습이 자연의 신비로운 조화처럼 여겨진다. 옛사람들은 이러한 자연현상에서 인간의 정서를 이끌어내어 표현하길..

영어학원 선생님으로서 9개월

처음 내가 구한 자리는 보조교사였다. 원장님이 운영하는 학원에 선생님이 둘인 동네 영어학원인데 그 선생님 둘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애들이 해야할게 많은데 그중에서 나는 문제집과 문법문제 푼 것 채점, 단어시험 등을 봐줬다. 3년이면 해리포터 원서를 줄줄 읽을 수 있다고 장담하는 곳이었다. 어린이 원서가 많아서 나도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영어학원에 다니는 것 자체가 지긋지긋해서 죽도록 싫은걸 잠시 접었다. 조금 남는 시간에 책을 읽을라 치면 그사이에 원장님 눈에 띄면 그렇게 나를 불러서 일을 시킨다. 그지...시급알반데 그냥 시간 죽치고 있으면 눈꼴시렵겠지. 원장님이 임신을 한 상태였는데 거의 출산일이 다가오고 산후조리를 하면서 학원에는 나, 선생님 두 분만 거의 있었다. 그사이 선생님 한 분..

나목 / 박완서

중간중간 적고 싶은 구절이 있었지만 멈추고 싶지 않아 쭈욱 읽은, 정말 맛있게 읽은 소설. 옥상 위의 민들레꽃을 쓰셨다는 작가님. 학교 국어 시간에 작품을 읽은 게 전부, 엄마가 성함 몇 번 얘기한 걸 들은 게 전부였는데 왜 박완서가 대단한지 알게해 준 작품 - 나목. 우리 할머니가 20대 때 미군부대에서 타자쳤다는데 그때 데이트하던 사람과 극장 가서 영화도 보고 빵도 먹고 그랬다는데 소설 속 주인공 같았을까. 주인공처럼 사람이 죽어나간 걸 눈 앞에서 목격도 했다는데, 아버지는 가족을 버린거나 다름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던, 20대의 우리 할머니 상상도 못했는데 소설이 상상할 수 있게 해줬다. 박완서 선생님 감사합니다.

후기/책 2021.12.16

강원도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79657.html [ESC] 서퍼, 차가운 바닷속에서 땀을 흘리다 커버스토리┃겨울여행&강원도 이정연 기자 겨울 바다 서핑 체험 진짜 서핑 마니아는 겨울 바다 향해 서핑 규칙 지키는 게 중요 15분 뒤 “물속이 두렵지 않고 편안해” www.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79859.html [ESC] 조바심이 날 때엔 고성행 버스를… 커버스토리┃강원도 강원도 고성, 찾는 이 적어 한적한 여행지로 최고 왕곡마을엔 남한 유일의 함경도식 한옥 볼 만 아야진항구 인근 해변은 보물 중 보물 파도 소리는 천상에서 들려오는 위로 w..

여행 관련 2021.12.08

베트남 북미정상회담 관련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82386.html 남·북·미와 피로 얽힌 베트남, 평화시대 여는 장소 될까 [토요판] 특집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베트남 27일 북-미 정상회담 열리는 하노이 미국의 폭격으로 폐허 됐던 도시 베트남, 미와 20년 전쟁 치렀지만 가장 먼저 냉전에 의한 분단 끝내 베트남전은 www.hani.co.kr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855133.html 65년 유예된 평화…눈앞에 온 종전선언 [오늘 정전협정 65돌] www.hani.co.kr

신문 스크랩 2021.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