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68

그 누구보다 특별한 나 / 노라 롤리 배스킨 (구계원 옮김)

98 '벤누'는 재 속에서 태어난 신비한 새를 가리키는 이집트 어야. 그 새는 무척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서 그 노래를 듣는 사람이면 누구나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고 하지. 그리고 그 새의 눈물로는 다친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해. 신화 속의 '불새'가 바로 이 벤누야. 그 애의 아이디인 피닉스버드와 같은 뜻이지. 139 나는 지금 대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 폭포 아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어. 지금 내 기분이 꼭 그래. 1톤 가량 되는 물이 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야. 물줄기가 계속 내 머리를 두드려 대고 있어. 물의 압력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어. 157 아이러니가 무엇인지 설명하기는 아주 힘들어. 마치 아이큐 검사에 나오는 유사점 찾기 문제처럼 추상적인..

후기/책 2021.03.01

갑삭 / 갑신

출처: 보리국어사전 갑삭 1. 고개나 몸을 가볍게 살짝 숙이는 모양 고개를 갑삭 숙여 선생님께 인사드렸다. 갑삭거리다/갑삭대다/갑삭이다/갑삭갑삭 2. 어떤 물건이 아주 가벼워 보이는 모양 아저씨들은 커다란 수박도 갑삭갑삭 던져 나른다. 갑삭하다/갑삭갑삭 3. 1)방정맞은 몸짓으로 가볍게 걷는 모양 짝궁이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갑삭거리면서 교실로 들어왔다. 2)눈을 살짝 감았다가 뜨는 모양 형은 뭔가 생각할 때면 눈을 갑삭이는 버릇이 있다. 갑신 1. 고개나 몸을 가볍게 숙이는 모양 허리를 갑신 숙여서 바닥에 떨어진 지우개를 주었다. 갑신거리다/갑신대다/갑신하다/갑신갑신 2. 비겁하거나 약삭빠르게 구는 모양 원숭이가 코뿔소 둘레에서 갑신거리는 꼴이 우습다.

해변의 카프카 / 무라카미 하루키 (번역 김춘미)

문학사상사 (상) 27 세계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는데도, 너를 받아줄 공간은 - 그건 아주 조그만 공간이면 되는데 - 어디에도 없다. 네가 목소리를 구할 때 거기 있는 것은 깊은 침묵이다. 그러나 네가 침묵을 구할 때 거기에는 끊임없는 예언의 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가 이따금 네 머릿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비밀 스위치 같은 것을 누른다. 네 마음은 오랫동안 내린 비로 범람한 큰 강물과 비슷하다. 지상의 표지판이나 방향판 같은 건 하나도 남김없이 그 탁류 속에 모습을 감추고, 이미 어딘가 어두운 장소로 옮겨져 있다. 그리고 비는 강 위로 계속 억수같이 퍼붓고 있다. 그런 장마 광경을 뉴스 같은 데서 볼 때마다 너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렇지, 꼭 그대로다, 그게 바로 내 마음과 같은 거야, 하고.78 ..

후기/책 2021.02.20

국지적

국지적: 일정한 지역에 한정된 어떤 경우에는 운명이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진로를 바꿔가는 국지적인 모래 폭풍과 비슷하지.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 (...) 우주 전체에 분포한 고밀도 암흑물질들은 국지적인 시공간 왜곡 현상을 유도하며, 플린스는 이를 우리 우주는 수많은 주머니 우주를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캐빈 방정식, 김초엽)

마음이 답답한 이유

답답하고 갑갑하다. 터널 속, 아니 터널은 출구가 있으니 동굴 속에 있는 것만 같다. 어디선가 햇볕이 한 줌 들어오기는 하는거 같은데, 바람도 약간 부는 것 같기도 한데 그 방향이 어딘지는 모르겠고 밖은 깜깜한 밤인 것 같다. 밖이 보이기라도 하면 환한 달이나 반짝반짝한 보석같은 별이라도 올려다 볼 수 있을텐데, 그럴만한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대로 대학을 갔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선 취업 대신 어학연수를 갔다. 망설임이 없었다. 나중에 회사를 다니게 되면 이렇게 고민없이 해외로 훌쩍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짐을 쌌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하고 싶었던 여행도 실컷 하고 해외에서 취업도 했다. 역시나 취업 후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다시 한국에 들어온 ..

대상관계이론 1

뭘 하고 싶은데? 나는 외국에 나가고 싶어 외국 좋지. 코로나만 끝나면 어디든 가자. ('가'가 아니고 가자? 나 혼자 갈건데) 스페인어 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 포르투갈도 한번 다시 가보고 싶긴 해. 근데 언어를 모르면 너무 피상적으로밖에 알지 못 한다는게 아쉽지. 그래서 엄마가 파리갔을 때 몽셸미셸 하루짜리 투어 했었잖아. 뒤에 앉아있던 남자애들이 야 이거 괜찮다면서 얼마나 좋아했었다구. 그때 그 가이드 참 야무지게 잘했어. (나도 외국 나가서 저렇게 가이드 하면서 살고 싶다) 근데 지금은 뭐 코로나땜에 올스톱이지. 너 지금 조급해지는거야? 우리 조급해지지 말자. 조급해지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는 과정이야. 생각해보면 엄마는 너 고등학교 1학년부터 입시 준비해야된다고 해서 너무..

까라지다

까라지다: 기운이 빠져 축 늘어지다. 날이 흐려서인지 몸이 까라진다. 그만한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대번에 기운이 까라져 할머니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장마, 윤흥길) 게다가 금식을 하면 몸이 까라진다고, 따라서 정신도 까라지고, 금식에서 나온 생각은 모두 반쯤 굶주린 생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소화불량에 걸린 광신자들이 내세에 대해 그토록 우울한 생각을 품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나는 주장했다. (모비딕 / 김석희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