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걷고 보고 쓴다. 한중수는 그것 말고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계획을 세울 여유 같은 것이 없었다. 걷고 보고 쓴다는 것을 계획이 아니라고 할 수 없긴 하다. 하지만 그 계획은 한중수가 세운 것이 아니다. 걷고 보고 쓸 것. 그것은 그를 한번에 두 시간씩 다섯 번 상담한 J의 조언이었다. 15 J는 말했다. "니체는 하루에 여섯 시간씩, 어떨 때는 여덟 시간씩 걸었다고 한다. 지독한 두통을 잊어보려고 그랬다는 거야. 젊을 때부터 만성적인 두통에 시달렸는데 걷다 보면 어느새 두통이 사라졌다고 하지. 언젠가 친구에게 쓴 편지에 자기가 쓴 책 속의 거의 모든 생각들이 걷는 중에 떠올랐다고 고백하기도 했어. 겨우 몇 줄만 빼놓고 전부 다 길을 걷는 도중에 생각났다고 말이야. 사실이라면 대단하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