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동료들의 애통 속에 최후를 맞이한 감수성 여린 한 젊은이의 죽음과 아침 찬 기운을 맞고 꽃받침 위에 져 버린 한 마리 나비의 죽음은 자연의 흐름 앞에선 하나 다를 바 없는 두 개의 사건일 뿐이다. 인간이란 그저 허공에 흩어져 버릴 운명을 지닌 유령 같은 존재며 한 조각 그림자이자 한 줄기 연기다. ... 아니다.내 친구는 무로 들어간 것이 아니다. 우리를 갈라놓은 그 장애가 어떤 것이든 나는 그를 다시 만나리라. 공허한 삼단논법으로 희망의 집을 짓는 게 아니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날벌레의 비상을 보고도 나는 확신한다. 전원의 풍경, 대기의 향기, 나를 둘러싼 이름 모를 매혹에 사고는 고양되고, 마침내 거부할 수 없는 영원에 대한 확신이 거침없이 내 영혼 속으로 밀고 들어와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