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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미드추천) 너의 모든 것 YOU 시즌1, 2

원제는 YOU이다. '너'라고 번역하기엔 좀 그랬겠지? 오프닝에서 YOU라는 단어에 핏빛으로 칠해지는 느낌이 의미심장하다. 전화를 받을 때, 만나고 있는 여자주인공이 다른 사람이더라도 무조건 "Hey, you."라고 받는다. 특정인을 지목하기 보다는 말그대로 You에 관한 모든 것이다. 나일수도 있고 너일수도 있는 You. 사랑, 관계, 심리, 2020년, 소셜미디어, 삶 등등에 관심있다면 꽤 흥미진진하게 볼만하다. 2020년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들을 그대로 담았다. 스마트폰으로 메세지를 주고 받으면서 밀당하고 이모티콘으로 대화하고. 미국이지만 남녀 사이, 친구 사이 역동이 내 주변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이 착한놈인지 나쁜놈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고 의심하게 하고..

후기/영화 2020.12.05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조구호 옮김)

39 상복 입은 여자 하나가 시든 꽃다발을 신문지에 싸 들고 있는 열두어 짜리 소녀를 대동한 채 황량한 거리에 모습을 나타냈던 것이다. 모녀는 자신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무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검은 양산으로 작열하는 뙤약볕을 가리고 있었다. 죽은 도둑의 어머니와 여동생으로, 무덤에 꽃을 가져가는 중이었다. 그 광경은 마을 사람 모두가 창문을 통해 지나가는 모녀를 바라보는, 하나의 동일한 꿈의 형태로 그 후 여러 해 동안 나를 쫓아다녔는데, 어느 단편에 그 이미지를 풀어 냄으로써 결국 떨쳐 버릴 수 있었다. 49 "문제는, 우리가 얘를 가르치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감수했는데, 법학 공부를 포기했다는 거예요." 하지만 의사는 바로 그 점이 오히려 충만한 재능에 대한 훌륭한 ..

후기/책 2020.12.01

추천영화 추천드라마

- 멍때리면서 볼 수 있는 신박한 전개 1. 존 말코비치되기 2. 월요일이 사라졌다 3. 레온 (일본영화, 카라 강지영 주연) 4. 싱글라이더 - 야식먹으면서 볼만한, 나쁘지 않은, 약간 즐거운 1. 로마의 휴일 (임창정 주연) 2. 고령화가족 3.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 (2020) 4. 캐스트 어웨이 - 연속으로 뭔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넘쳐날 때 1. 왕좌의 게임 2. 프리즌 브레이크 3. 이어즈 앤 이어즈 4. 메이즈 러너 5. 헝거게임 6. 마드리드 모던걸 (스페인어) - 상큼발랄 미국식 90-2000년대 초반 1. 라스트 홀리데이 2. 업타운 걸스 (다코타 패닝 연기) 3. 퀸카로 살아남는 법 4. 핫칙 5. 화이트 칙스 - 바람직한 느낌 & 괜찮은 듯 1. 그린북 2. 그린마일 ..

후기/영화 2020.12.01

내 방 여행하는 법 /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84 동료들의 애통 속에 최후를 맞이한 감수성 여린 한 젊은이의 죽음과 아침 찬 기운을 맞고 꽃받침 위에 져 버린 한 마리 나비의 죽음은 자연의 흐름 앞에선 하나 다를 바 없는 두 개의 사건일 뿐이다. 인간이란 그저 허공에 흩어져 버릴 운명을 지닌 유령 같은 존재며 한 조각 그림자이자 한 줄기 연기다. ... 아니다.내 친구는 무로 들어간 것이 아니다. 우리를 갈라놓은 그 장애가 어떤 것이든 나는 그를 다시 만나리라. 공허한 삼단논법으로 희망의 집을 짓는 게 아니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날벌레의 비상을 보고도 나는 확신한다. 전원의 풍경, 대기의 향기, 나를 둘러싼 이름 모를 매혹에 사고는 고양되고, 마침내 거부할 수 없는 영원에 대한 확신이 거침없이 내 영혼 속으로 밀고 들어와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후기/책 2020.11.28

교양노트 / 요네하라 마리

48 개성은 만인에게 알기 쉬운 형태로 바로 표면에 드러나는 유형과, 개성임을 알아채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유형이 있다. 단지 그것뿐이다. 최근의 생물학에서는 같은 종류의 동물 사이에도 꽤 큰 개체 차이가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어느 개미 한 마리를 잡아서 그 특징을 개미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삼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것은 사실 그 개미 한 마리만의 특징이었을 뿐인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53 시간을 헤아리는 방법과 명칭을 정할 때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설득력 있는 유래와 경위, 주장하는 쪽의 지배력과 영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은 한번 정해지면 그것을 수용한 모든 나라와 모든 사람의 것이 되고 만다. 그 근거 자체가 없어졌다고 해도 쉽사리 바꿀 수 없게 된다...

후기/책 2020.11.27

당의정(糖衣錠)

당의정: (약학) 불쾌한 맛이나 냄새를 피하고 약물의 변질을 막기 위하여 표면에 당분을 입힌 정제. 연인과 헤어져 있는 시간을 못 견뎌 하는 것은, 실상은 그리움 때문이 아니라 의혹과 불신 때문이다. '보고 싶다'로 표현된 감정의 진짜 정체는 '믿을 수 없다'이다. 왜 보고 싶은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 곁에 없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그, 또는 그녀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그, 또는 그녀가 나에게 소속되어 있다는 믿음이 희석되어 가니까, 내 곁으로 부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고 싶다'는 표면에 부드럽게 당의정이 처리된 소환 명령인 것이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이승우)

기껍다

기꺼워하다: 기껍게 여기다 기껍다: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쁘다 가령 꽃 가게나 액세서리 가게의 점원이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인사를 하면, 그것이 장사꾼의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면서도 마치 영험한 예언자로부터 자신들의 사랑의 완전함과 영원성을 보장받기라도 한 것처럼 기꺼워한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이승우)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 이승우

32 희귀한 우연에 대한 끈질긴 사색은 운명론으로 유도되기 쉽다. 운명론은 종종 사랑의 불가항력적인 성격을 부각시킴으로써 사랑의 중요한 동력인 개인의 욕망과 선택을 가린다. 운명적인 사랑이 운위되는 자리에서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문장은 불순하거나 부정확한 것으로 판명된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문장이 올바른 유일한 문장이 된다. 나도 그랬지만, 사랑에 빠져 들어가는 순간에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운명론자의 영혼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랑을 평가와 판결의 영역에서 제외시킨다. 이제 사랑은, 내가 '한' 일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되고, 내가 찾아간 것이 아니라 그것이 찾아온 것이 되고, 그러므로 사랑하는 자는 면책의 특권을 갖는다. 68 사소한 기억들..

후기/책 2020.11.25

일단 (명사)

일단 一端 (끝 단) 1) 한 끝 예시) 북녘 하늘 일단에 먹구름이 일고 있었다. 2) 사물의 한 부분 예시) 사건의 일단 농담처럼 슬쩍 내뱉었지만, 어쩌면 무의식중에 내 마음의 일단을 내비친 것 같기도 했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이승우) 一團 1) 한 덩어리 예시) 일단의 뭉게구름 2) 한 집단이나 무리 벌써 일단의 인부들 무리가 새카맣게 창고로 몰려가고 있었다. (객지/황석영)